리마 증후군 뜻, 인질에게 감정 이입되는 심리학적 현상 정리
흔히 인질극이나 범죄 심리 관련 내용을 다룬 영화나 뉴스에서 스톡홀름 증후군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현상을 뜻하죠.
이와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는 심리현상이 있는데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리마 증후군으로 가해자나 납치범이 피해자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되거나 공감하는 심리 상태를 뜻하는 개념입니다. 오늘은 이 증후군이 무엇인지,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지, 관련된 실제 사례는 무엇이 있는지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리마 증후군이란 무엇인가요?
Lima Syndrome 은 가해자가 인질이나 피해자에게 정서적으로 영향을 받아 동정심 또는 애착을 느끼는 심리 현상을 말합니다. 강압적인 위치에 있던 사람이 점점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때로는 피해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용어는 1996년 페루 리마에서 발생한 일본 대사관 인질 사건에서 유래됐습니다. 당시 좌익 게릴라 단체가 일본 대사관을 점거하고 70여 명의 인질을 잡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에게 동정심을 보이며 예상보다 빨리 대부분의 인질을 석방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건의 현상을 계기로, 가해자가 인질에게 감정 이입을 하는 독특한 심리 상태를 가리켜 Lima Syndrome 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Lime Syndrome 이 발생할까요?
이이 증후군은 특정한 조건에서 더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 대표적입니다.
1)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면 시간이 길어질 때
장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인간적으로 서로를 이해할 여지가 생깁니다. 특히 피해자가 감정적으로 안정적이거나, 가해자에게 공감을 유도할 수 있는 행동을 할 경우 이런 변화가 촉진됩니다.
2) 가해자의 범행 동기가 약하거나 갈등이 존재할 때
범행 자체가 치밀하지 않거나 우발적일 경우, 가해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때 피해자와 인간적인 접촉이 이뤄지면 쉽게 마음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3) 가해자가 죄책감을 느낄 때
특히 인질이 여성, 아동, 노약자 등 사회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존재일수록, 본능적인 죄책감이 일어나면서 감정 이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리마 증후군의 심리학적 배경
1) 인지 부조화 이론 : 사람이 자신의 행동과 감정이 일치하지 않을 때, 심리적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감정이나 생각을 조정하는 성향입니다. 가해자는 자신이 인질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에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됩니다.
2) 사회적 접촉 효과 : 가까운 거리에서 인간적 접촉이 이루어질수록 상대방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습니다.
3) 자기 투사 기제 : 가해자가 자신의 과거 혹은 현재 상황을 피해자에게 투사하면서 공감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피해자의 처지를 자신의 어린 시절이나 상처와 연결짓는 경우가 그 예입니다.
실제 사례
유사한 사례는 여러 나라에서 보고된 바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앞서 언급한 페루 리마 인질 사건입니다. 당시 인질극은 100일 넘게 이어졌습니다. 가해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인질과의 관계에 변화를 보이며 석방을 결정했고, 일부는 피해자의 가족에게 메시지를 남기거나 대화를 지속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사례로는 일부 납치 사건에서 범인이 피해자에게 식사를 제공하거나, 도망갈 기회를 일부러 만들어주는 장면이 종종 관찰되기도 합니다. 이는 이 증후군의 행동적 측면을 보여주는 예로 볼 수 있습니다.
스톡홀름 증후군과의 차이점
많은 분들이 리마 증후군과 스톡홀름 증후군을 혼동하는데, 이 둘은 정확히 반대의 방향입니다.
1) Stockholm Syndrome :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됨
2) Lima Syndrome :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됨
이 둘은 모두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정서적 관계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작용 방향은 정반대입니다.
지금까지 알아 본 Lima Syndrome 은 아직까지 명확한 의학적 진단 체계나 통계가 있는 개념은 아닙니다. 인질극이나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유동적이고 복잡한지를 보여주는 심리학적 단서로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해자 vs 피해자의 구도는 실제 상황에서 예측할 수 없는 감정 변화로 인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리마 증후군은 이러한 관계의 역전을 보여주는 심리적 현상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서 주목받을 주제임에 틀림없습니다.